꼬방 선교현장을 찾아서 (1)
아프가니스탄 납치사건이 발생한 이후, 과테말라에서 활동하는 우리 선교사들의 활동현황을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과테말라는 매일 16명씩 총에 맞아 죽어가는데, 선교현장에서 활동하시는 선교사들께서는 아무래도 일상생활을 하는 우리들 보다는 위험에 더 많이 노출이 될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에 있는 업무와 먼 거리 때문에 선뜻 나서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차일피일 미루어 오다가 아무래도 연말을 넘기지 말아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꼬방에서 선교하시는 김성남 선교사님께 사전에 연락을 드려 방문계획을 협의하고 12월 6일부터 8일까지 꼬방과 치섹으로의 방문계획을 세웠으나, 다시 일정을 하루 늦추어야 했다. 12월 6일 김 선교사님께 죄송한 마음을 전하였는데, 잠시 후 김 선교사님의 부인이며 같이 선교사로 활동하시는 송안섭 선교사로부터 과테말라시에 계신다며 7일에 꼬방으로 돌아가신다는 말씀을 듣고 같이 동행하기로 약속하고 나서 불안한 마음이 다소 안심이 되었다. 과테말라에서 와서 1년이 넘도록 치안문제 때문에 장거리 운전의 엄두를 내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드디어 12월 7일 아침이 밝았다. 렌트한 차량이 수동이어서 자동으로 바꾸느라 잠시 지체한 후 9시에 송 선교사님을 약속장소에서 만나 쇼핑을 원하시는 ㅇㅇ슈퍼로 모시고 갔는데 뜻밖의 횡재를 하였다. 사장님께서 선교현장에 간다는 말씀을 듣고 쇼핑한 물건과 함께 음료수와 과일박스를 트렁크에 가득 채워 주셨다. 교인들은 이럴 때 ‘아멘~’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역시 예상대로 과테말라에서 도로를 달리는 것은 순례자의 길이었다. 페리페리코(Periperico)를 빠져나가면서 방향 표지판을 찾지 못해 Zona 1에서 잠시 길을 잃었고, 과테말라 외곽을 빠져나갈 때는 맞은 편 차선에 꽉 밀려 있는 차량행렬은 돌아오는 길도 만만치 않은 고행의 길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베르쉐 정부는 유난히 도로공사를 많이 한다고 송 선교사님께서 덧붙이시는데, 과테말라시내에서도 엘살바도르 국도와 안티구아 국도가 얼마 전에 새로이 포장한 것이 떠올랐다.
처음 가는 9번 국도는 다른 어는 곳보다 길이 험하였고 곳곳에 도로공사를 벌여 놓아서 운전대만 잡으면 인내심을 잃는 나를 시험하였지만 옆 자리에 앉으신 송 선교사님께서 처음 꼬방을 들어가실 때는 강원도 산골짝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셨다며 위로하셨다. 거의 2시간을 달려 분기점인 란쵸Rancho의 휴게실에서 잠시 쉬면서 아이스크림도 사먹으며 해발 200m의 더위와 사막같은 주변의 분위기에 같은 나라에서도 이렇게 환경이 다른 것을 새삼 느꼈다.
란쵸에서부터 꼬방까지는 진짜 강원도 첩첩산중을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국토는 우리나라와 거의 같은 면적이지만 인구에 비하면 우리보다 3배 이상 큰 나라라서 너무 부러웠고 내버려져 있는 땅들이 아깝기만 하였다. 꼬불꼬불 산길을 지나면서 쉬지 않고 그동안의 선교활동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는 송 선교사님의 말씀에 깊은 감동을 받으며, 직업을 속일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토요일 오전에는 침술로 환자들을 무료진료하시는 김 선교사님은 점심도 드시지 않고 우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연락이 왔다. ‘옛날 임진왜란 때 내가 이순신 장군을 도와 왜군과 싸울 때는 봉화로 연락을 했었는데..’라고 싱거운 생각을 하며 세상이 너무 많이 바뀐 것을 실감하였다. 좋아진 것인지 나빠진 것인지..
남들은 망년회(convivio) 한다고 다들 소란스러운데, 일찍 집에 들어와 무고한 수박 반통을 절단내었던 때문인지 느닷없이 새벽 4시에 잠이 깨는 바람에 장거리 여행을 하려면 충분히 잠을 자 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또 잠을 설치게 되었다. 12.17-22일간 치치카스테낭고에서는 수호신 산토 토마스(Santo Tomas)를 기리며 여러 가지 민속춤을 추며 축제가 벌어지는데 오늘이 과테말라에서 3곳에서만 공연하는 장대 회전춤(Baile del palo volador)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고 꼬방여행에서 자신을 얻었기 때문에 잠시 후에는 만사 제쳐놓고 길을 떠나야 겠다. (계속)
지역별 관광/3-13. Verapaz(Coban)
2007-12-24 14: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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