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에 온 지 어느새 1년 2개월이 지났다. 언제나 봄 날씨인 과테말라에서 살다보니 도끼자루가 썩는 줄 모르는 사이에 세월은 이만큼 빠르게 흘러갔다.
그 사이에 과테말라의 한인사회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7월 4일 노무현 대통령과 우리 대표단이 과테말라를 방문하여 전 세계에 직접 중계되는 IOC총회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한 것으로, 우리 동포들은 자랑스럽게도 이 유치활동에 조금이라도 지원이 되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열심히 도왔다. 1996년 이래 우리 대통령이 두 번씩이나 과테말라를 방문하였으니 과테말라에 사는 우리 동포들에게는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께서 과테말라를 방문하는 순간에 이 땅에 있었다는 것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도 가슴이 설레는 일이었으며, 이 행사를 도운 동포들은 물론 그 자녀들에게는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평생 잊지 못할 좋은 경험과 추억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 외에 제11대 한인회장 선거, 체육회 탄생, 거북이 건강걷기 대회, 교민 체육대회와 가슴 아팠던 Bancafe 부도사건이 있었고, 문화행사로 세계레슬링선수권대회, 근대5종 경기 참가, 태권도시범대회, 금호아시아나 트리오공연 등이 있었다. 우리나라나 동포사회의 일은 아니지만, 부시 미 대통령, Juan Carlos 스페인국왕 부부 등 귀빈들이 과테말라를 방문하였고, 과테말라에서 IDB 총회가 개최되었으며, 온두라스의 중미의회 의원들이 과테말라에서 살해당한 후 불태워지고, 그 사건에 연루된 경찰들이 교도소에서 피살되는 영화와 같은 사건이 벌어졌고, 과테말라 시내 한가운데 커다란 구멍이 뚫리는 사건이 해외토픽 뉴스가 되었던 해프닝도 있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벌써 30여 년이 지난 러브스토리 하나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지금도 그 흔적이 남아 있어서 여전히 순진하기는 하지만, 그 당시에 나는 순진 그 자체였었다.(정말 그랬을까?) 고등학교 3학년 때에 미팅을 주선하자는 여학생의 제의를 받고 기겁을 하며 사양했었다는 전설과 같은 사실이 나의 쑥맥같은 순진함을 증명해 준다. 그 후에 조금씩 세련되어져 미팅에도 나갈 수 있게 되었는데 불과 10여 번 밖에 되지 않는 미팅 경험이 있었지만 번번이 ‘After’를 거절당하고 자존심 상하는 아픔을 당하였다.
그 와중에 겨우 한번만 1년 넘게 계속 ‘여자친구’로 사귄 적이 있었는데, 그녀는 불문학과 사회학을 복수전공하던 여학생으로 담배를 자유롭게 피우고 소주 한 병은 가볍게 해치우는 무림의 고수였으니, 담배라고는 머리털나고 다섯 가치 이상 피워 본 적이 없었던 애송이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대였다. 애송이는 그런 그녀를 상당히 매력적인 모습으로 보았겠지만, 이 아가씨에게는 순진한 ‘범생’이 오히려 조금의 연구가치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떤 이유에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이 고수 아가씨가 범생에게 가르쳐주고 떠난 초식의 무공이 오늘 말하고자 하는 ‘점복철학’이다.
이 철학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남들 앞에서 높아지려 하면 낮아지고(下), 낮아지려 하면 높아진다는(上) 뜻을 가진 개똥철학(?)으로, 점을 친다는 뜻의 한자인 점 복(卜)의 어느 위치에 한 일(一)자를 붙이느냐에 따라 위(上)와 아래(下)로 바뀐다는 간단한 초식이지만 깊은 내공이 뒷받쳐주지 않으면 그 위력이 전혀 발휘되지 않는 심오한 무공이다.
'높아질려구 하면 낮아지구, 낮아질려구 하면 높아지능겨.. 알긋냐? 이눔들아. 느그들, 내가 그동안 지껄인 말들 다 잊어버려도 좋응께, 이 한마디 만큼은 명심하랑께.. ' 사약을 마시기 전에 점복철학을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진리를 설파하고 있는 소구리태수와 무슨 뜻인지 잘 알아 듣지 못하고 어벙벙해하는 제자들.
2천여년 전에 예수님도 이 초식을 사용하신 적이 있는데, 예수님의 내공은 끝이 없기 때문에 그 당시에 핵폭탄의 위력을 발휘하였으며, 그 방사능은 세월이 지날수록 사라지기는 커녕 점점 더 커져 확산되어가고 있으니, 오늘날 예수님의 행적이 담긴 ‘성경’은 읽기만 하여도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게 될 수 있으며, 마음이 깨끗한 사람이나 어린 아이들의 경우에는 더 쉽게 무공을 익힐 수 있다고 한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누구든지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 (마태복음 23장 12절)
무공의 초식은 간결할수록 심오한 내공(겸손)이 필요한 것이다. 이 초식은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본인에게 화가되어 내공을 상하게 된다고 한다. 웬만한 무림의 고수들은 이 초식의 사용자가 내공이 갖춰졌는지를 금방 간파하고, 오용하는 자에게는 피할 수 없는 역공을 가하여 다시는 무림계에 발을 디딜 수 없는 폐인을 만들어 놓기 때문이다.
범생의 귀밑 머리도 30년의 세파에 변색이 되어 가고 있지만, 무공에는 영 재주가 없어서인지 무심한 그녀가 던지고 간 초식을 익히느라 애를 많이 쓰고는 있지만 도무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자기를 낮추어 오히려 높아진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고, 한두 번은 가능하겠지만 계속해서 그렇게 한다는 것은 웬간한 수행자가 아니면 하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다.
오늘날, 우리 무림계에는 성급한 마음에 내공을 쌓지 않고 날림으로 무공을 익히려고 서두르다가 다치는 경우가 종종 언론을 통하여 보도되곤 한다. <끝>
(2007년 12월 4일, 과테말라에서)
2007-12-04 14: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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